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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어떤 성폭력피해자가 ‘아니면 말고’식의 고소를 한답니까?]

 도대체 어떤 성폭력피해자가 ‘아니면 말고’식의 고소를 한답니까?

 

최근 유명 연예인들의 성폭력혐의 사건들이 연달아 발생했고, 피의자들이 고소한 여성들을 무고로 역고소 하는 일들이 이어졌다. 이러한 가운데 언론은 “000, 000, 000 누명, ‘아님 말고’ 무고사회”, “연예계는 ‘무고 공화국’”, “판치는 무고...무고한 사람 명예 짓밟다” 등의 제목을 단 기사들을 쏟아내며, 성폭력 무고사범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성폭력은 허위신고가 많은 범죄라는 우리 사회의 광범위한 아주 오래된 믿음 속에 성폭력 무고는 일명 ‘꽃뱀사건’으로 통용된다. 최근 몇 년간 친고죄 폐지 및 성폭력 처벌 강화 흐름은 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분명한 처벌로 이어지기 보다는 ‘억울한 남성 피해자’가 증가할 것이라며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의심과 무고사범 단속으로 환원되고 있다.

 

성폭력 신고율 10% 미만, 피해자 중 ‘경찰에 도움을 요청’한 비율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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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4년 5월, 한국성폭력상담소를 비롯한 여성단체는 성폭력피해자에게 무고죄를 적용하여 법정 구속한 서울서부지방법원의 판결에 대해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성폭력은 허위신고가 많다는 믿음은 도대체 무엇에 근거하고 있는가. 영국 검찰청 보고서에 따르면 강간신고의 0.6%만이 허위신고로 나타났으며, 강간에 관한 허위신고가 만연하다는 대중의 인식이 허위라고 지적했다(한국에는 성폭력 무고에 관한 공식집계 자료조차 없다).

 

전 국민 성폭력예방교육 의무화 시대, 성폭력은 성적자기결정권의 침해이며 내가 ‘동의하지 않은 성적행위는 성폭력’이라고 배운다. 그리고 피해자는 이러한 상식과 믿음을 가지고 법에 호소하지만, 그 상식과 믿음은 부서지기 일쑤다.

 

한국의 법 현실에서 강간죄가 성립되려면 피해자의 항거를 ‘현저하게 곤란하게 하는’ 폭행과 협박이 동반되어야 하며, 준강간의 경우 완전히 만취한 경우와 같은 심신상실, 항거불능의 상태를 요구한다. 또한 기본적으로 증거수집이 어려운 성폭력사건은, 그 수사에 있어 피해사실에 대한 입증책임을 피해자에게 과도하게 요구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어왔다. 특히 사건과 무관한 성 이력이나 고소전력, 피의자와의 관계나 합의여부, 피해자의 외모나 나이, 직업 및 사회경제적 지위, 말투나 행동양식 등을 근거로 피해자의 고소의도와 피해사실 자체를 의심하고 판단하는 수사기관의 관행은 심각한 문제이다.

 

“나는 성폭력은 범죄이고 신고하면 된다고 배워서 신고를 했는데, 가해자가 처벌은커녕 내가 죄를 지었다고 합니다. 성폭력을 당한 것보다 더 고통스럽습니다. 나는 이제 내 가족과 내 주변 사람들에게 성폭력을 당했더라도 절대 신고하지 말라고 할 것입니다. 법은 가해자의 편이고 나는 너무 고통스럽습니다.”(한국여성의전화가 지원한 성폭력 무고사건 당사자의 말)

 

성폭력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무고죄로 기소되어 처벌받게 될 때의 그 고통과 억울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무고는 큰 죄이다. 큰 죄인만큼 무고죄 적용은 상당히 엄격해야하며, 사안이 허위라는 것에 보다 적극적인 증명이 필요하다. 성폭력이 아니라는, 즉 서로간의 적극적 동의(affirmative consent)하에 이루어진 성행위라는 입증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과연 한국사회의 성폭력 무고 기소와 처벌은 우리 사회의 법이 말하는 '객관적'인 증거와 철저한 수사를 바탕으로 한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없는 사실에 기반하여 이루어지고 있는가. 성폭력에 대한 몰이해와 편견, 성차별적 젠더규범에 근거하고 있지는 않은가.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무고죄 적용은 성폭력 신고를 좌절시키는 가장 큰 장애물 중 하나로 기능하고 있으며, 이를 반증하듯이 성폭력 가해자는 증거부족 등을 빌미 삼아 무고죄로 고소하겠다고 피해자를 협박하거나 법적으로 스스로를 방어하는데 활용하는 경우가 많기도 하다.

 

성폭력 피해자의 정당한 말하기를 가로막고 범죄를 은폐시키는 무분별한 성폭력 무고 적용은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우리 사회의 성폭력 무고에 대한 인식과 실재, 전면적인 점검과 성찰 그리고 변화가 시급하다.

관련기사 링크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2345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