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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처벌법 목적조항 개정 없는 ‘정부 합동 가정폭력방지대책’은 과연 변화를 이끌 것인가 (2018.11.27.)

 가정폭력처벌법 목적조항 개정 없는 ‘정부 합동 가정폭력방지대책’은 과연 변화를 이끌 것인가


2018년 11월 27일, 오늘 여성가족부•법무부•행정안전부•경찰청 4개 관계부처 합동으로 ‘가정폭력 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에는 가정폭력 방지를 위해 ’피해자 안전 및 인권보호‘, 가해자 처벌 및 재범방지’, ‘피해자 자립지원’, ‘가정폭력 예방 및 인식개선’ 등 특히 보완•개선이 시급한 영역에 대한 주요 과제들이 포함되었다.

(긴급)임시조치를 어길 경우 과태료 처분에 그치던 것을 형사 처벌로 제재 수단을 강화하고, 접근금지 내용에서 ‘특정 장소’에서 ‘특정 사람’(피해자 또는 가정구성원)으로 변경, 가정폭력 피해자 대상 전문 자립프로그램 신설 운영 및 자립지원금 지원 등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몇 가지 대책들을 살펴볼 때 그 방향성과 실효성에 큰 의구심이 든다.

먼저, ‘응급조치’ 유형으로 「형사소송법」 211조에 따른 ‘현행범 체포’를 추가하여 경찰관이 가해자를 신속하게 피해자로부터 격리할 수 있게 했다. 또한 상습・흉기사범 등 중대 가정파탄사범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도록 하였다. 그러나 기존에도 ‘현행범 체포’, ‘구속영장 청구’는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문제는 경찰이 가정폭력 사건 현장에서 가정폭력 상황을 어떻게 인지하고 판단하는가의 문제이다. 폭력이 일시적으로 중단되거나 물리적 폭력이 가해지지 않은 상황에서도 위협, 협박 등과 같은 위험성이 높은 폭력 상황이 많다는 것을 고려하여 가정폭력 범죄를 물리적 폭력으로만 한정하지 않고 강압적 통제・지배 등을 포괄하고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이에 현장 경찰의 면밀한 조사를 통해 위험성 판단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는 '범죄유형별, 단계별 가정폭력 사건 처리 지침' 및 ‘재범위험성 조사표 개선' 등이 반드시 사전과제로 이행되어야 한다.

상담조건부 기소유예는 상담을 조건으로 가정폭력사범에 대한 처벌을 유예하는 독소조항이다. 이번 대책에서는 이를 유지할 뿐 아니라, 여기에 임시조치 유형으로 가해자 성행교정을 위한 ‘상담소 등에서의 상담’이 신설되었다. 가해자 상담 및 치료프로그램에 대한 관리・감독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상담으로 가정폭력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접근은 가정폭력 가해자 처벌강화와 배치되는 대책이다. 가정폭력을 사적이고 경미한 문제로 바라보게 하는 정책 중의 하나인 상담조건부 기소유예 제도는 당장 폐지되어야 한다.

또한 피해자의 안전을 강화하기 위해 1366센터 이용자도 상담사실확인서나 긴급피난처입소확인서로 주민등록열람 및 등・초본 교부제한을 신청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현재 주민등록열람 및 등・초본 교부제한을 신청 시 상담사실확인서 이외에도 의료진단서, 경찰관서에서 발급한 가정폭력 피해사실을 소명하도록 하고 있다. 1%의 낮은 경찰 신고율과 가정폭력 피해를 알리고 병원 진료를 받는 경우가 드물다는 점을 볼 때 상담사실확인서만으로 주민등록열람 및 등・초본 교부제한을 신청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피해자보호명령 유형에 ‘자녀면접교섭권 제한’이 추가되었다. 이는 이혼 소송 과정에서도 제한되어야 하며, 이혼 소송 중 법원의 ‘부부상담명령’도 폐지되어야 한다.

가정폭력범죄로 유죄판결을 받은 가해자에 대한 수강명령, 가정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명령을 병과 할 수 있도록 하였다. 긍정적이긴 하나 가해자 상담, 치료프로그램에 대한 관리감독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고 감호위탁시설 등 관련 시설 부재한 상황에서 그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가정폭력 문제 해결을 위한 대응에 소극적이었던 정부부처가 함께 나서 가정폭력 피해자의 안전과 인권을 적극적으로 보장하고 가해자를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였다. 늦었지만 가해자 처벌과 피해자 안전 및 자립지원을 위한 가정폭력방지 대책들이 마련된 것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여전히 상담조건부 기소유예 유지, 임치조치로 가해자 상담 신설 등의 정책은 가정폭력을 상담을 통한 성행교정이 가능한 행위로 접근하고 있다.

그동안 가정폭력처벌법 목적조항의 가정유지・보호 관점이 가정폭력방지 정책들에 주요하게 반영되어 왔다. 그러면서 가정폭력은 다른 사람의 인권을 침해하는 범죄가 아닌 가정문제, 부부싸움 정도로 가볍게 인식될 수밖에 없었다. 이는 결국 제대로 된 가해자 처벌과 피해자 안전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여성 인권보다 가정유지가 우선이라는 목적 조항의 개정 없이 어떤 적극적인 가정폭력 방지 대책들이 마련된다고 해도 가정폭력 문제를 본질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여성가족부 장관이 발표한 “비인권적 폭력행위가 더 이상 ‘가족유지’의 명목으로 합리화되던 시대를 끝내고, 가정폭력 가해자와 피해자의 분리를 통해 피해자의 인권을 적극적으로 보호”하는 가정폭력방지의 가장 “차별성”있는 대책은 가정폭력처벌법의 목적조항의 개정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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